작성일 : 14-06-17 18:58
[교제&결혼]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
 글쓴이 : 신가회
조회 : 1,752  
7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9월에 결혼식을 올린다.<BR><BR>소식을 전해들은 지인들이 입을 모아 “니 청춘도 끝났구나!”라며 애도한다. 딴은 그렇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말로 못할 팍팍한 삶을 견디며 사는 조폭 가장이 등장한다. 맞벌이 시대에 가장이 어디 있겠냐마는(실제로 여자친구는 나보다 벌이가 좋다) 가정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한 직후에 영화를 보고 나니 입맛이 썼다.<BR><BR>퇴근한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술잔을 기울이고 남의 자취방에서 곯아떨어지던 풍류는 이제 끝났다. 여럿 앞에서 “오늘은 내가 쏜다”고 짐짓 멋을 부리던 객기도 이제 아내의 ‘결재’ 없이는 어려울지 모르겠다. 길을 가다 아리따운 여성을 힐끔 되돌아보는 것만으로 죄책감을 느껴야 할지도 모른다.<BR><BR>해야할 일도 늘어났다. 여자친구를 서운하지 않게 할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예약이 밀린 틈바구니에서 예식장은 겨우겨우 잡았지만, 여전히 일거리가 산더미다. 앞으로 살 집을 구하고, 신혼여행지를 예약하고, 결혼식 때 입을 옷을 고르고, 각종 촬영에 소소한 일거리들이 1주일에 하루 있는 휴일마다 기다리고 있다.<BR><BR>‘귀차니즘’이 발동한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거쳐 결혼을 한 게 사실일까. 둘만 좋으면 되는 법인데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해가며 굳이 결혼을 하는 걸까.<BR><BR>소설이고 영화였던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주인공은 결혼을 거부한다. 자신이 한 여자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할 자신이 없다며 결혼하지 않겠다는 남자. 자신의 본성에 솔직하겠다는 선언이겠지만 다른 한쪽 본성은 간과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양다리를 걸치니 그녀를 독점하고픈 욕망과 질투에 사로잡히고, 결국 이별을 선언한다.<BR><BR>결혼이라는 제도가 모순적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독차지하고 싶어한다. 동시에 자기 자신만큼은 독점당하지 않고 더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한다. 결혼은 우리의 한쪽 본성을 충실히 반영하지만, 다른쪽 본성과는 철저하게 어긋난다. 그게 결혼이다.<BR><BR>하지만 결혼이 과연 ‘미친 짓’일까. 결혼, 즉 일부일처제에 반대하는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다부다처제 등도 같은 의미에서 모두 모순일 수밖에 없다. 각각 부합하고 배반하는 본성이 반대일 따름이다. 이 세상의 사랑과 관련한 어떤 제도도 인간의 이중적인 욕망을 한꺼번에 충족시켜줄 재간은 없다.<BR><BR>그런 의미에서,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중 가장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사람을 순수한 마음만으로 영원히 사랑할 순 없다. 그런 건 환상이다. 신뢰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결혼은 여러 사람 앞에서의 ‘약속’이라는 틀을 통해 그 신뢰와 노력을 가능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제법 현명한 제도다.<BR><BR>그리고 어차피 한쪽 본성을 다스려야 한다면, 나는 한 사람을 독점하고픈 본성보다는 여러 사람을 사랑하고픈 본성을 통제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게 더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내가 결혼을 선택한 이유다.<BR><BR>[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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